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박철우가 12년 전 자신을 때린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의 폭행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음을 고백했다.
박철우는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인터뷰를 자청하며 "최근 이상열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이 커서 이렇게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전 소셜 미디어(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감독은 전날 우리카드와의 경기 전 최근 프로배구가 몇몇 선수들의 과거 학교 폭력으로 큰 비판을 받는 것과 관련해 "폭력 가해자가 되면 분명히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로 재직 시절 대표 선수로 발탁된 박철우를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구타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이어 "저는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한다.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며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인과응보가 있더라"고 밝혔다.
박철우가 기자회견을 열고 구타 사실을 폭로한 후, 이 감독은 2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처분을 받았다가 국가대표로 국위를 선양한 점이 인정돼 지난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배구계에 돌아왔다. 이후 대학 지도자, 해설위원을 거쳐 지난해 말 KB손보의 사령탑에 올랐다.
이 감독이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박철우는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철우는 ‘먼저 시즌 중 이런 얘기를 꺼내 KB손보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운을 띄웠다. 이어 "이상열 감독님의 기사를 보고 종일 힘들었다"며 "KB손보의 감독이 됐을 때도 힘들었는데, 현장에서 마주칠 때도 힘든 상황에서 그런 기사를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이상열 감독이 반성하고 더 나은 지도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 감독의 폭력 성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감독이 대학 지도자 시절에도 선수에게 '박철우 때문에 넌 안 맞는 줄 알아'란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며 이 감독이 예전부터 '사랑의 매' 수준을 넘어서는 체벌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상열 감독님께 사과받고 싶은 생각은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며 "프로배구가 언론에 나쁘게 비치는 게 싫지만, (폭력 지도자 건을) 정면 돌파해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