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이 증시 입성 첫날 잭팟을 터뜨리며 급등세를 타고 있다. 매매 개시 직후 80% 넘게 폭등해 시가총액은 1150억달러(약 1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는 물론, 중국 IT 공룡인 바이두를 제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아울러 주가 급등에 따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보유 지분가치도 기존 7조원 수준에서 13조원으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현지시간 오후 12시 32분(한국 시간 오전 2시32분) 현재 공모가 대비 73.69% 오른 60.7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공모가인 35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뉴욕증시 개장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지만 신규 상장주는 첫 거래가를 결정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돼 이날 낮 12시 28분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종목코드 `CPNG`로 매매를 개시한 쿠팡은 당초 책정된 공모가 35달러보다 80% 이상 높은 60달러 중반에서 출발한 뒤 다소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이후 주가는 60달러 부근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증시 입성 첫날부터 주가가 급등하면서 덩치도 크게 불어났다. 현 주가 수준에서 쿠팡의 시가총액은 약 120조~13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아시아 기업 중 알리바바, 핀둬둬, 징둥닷컴에 이어 네번째 규모로, 중국 최대 검색 포털인 바이두를 5위로 밀어냈다. 아울러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약 490조원)에 이어 단숨에 시가총액 2위에 자리하게 됐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보유한 지분(10.2%) 가치도 크게 불어나 약 13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공모가 기준 김 의장의 지분 가치는 약 7조원 수준이었다.
아울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쿠팡의 최대주주 비전펀드의 지분(33.1%) 가치 역시 4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앞서 2015년 쿠팡에 10억달러, 2018년 20억달러를 투자해 총 30억달러(한화 3조4000억원)의 자금을 댔다.
첫날 화려한 축포를 쏘아올렸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다소 시각차가 있다. 독보적인 성장성을 토대로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대립하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그 근거로 괄목할 만한 성장성을 제시한다"면서 "쿠팡은 작년 매출 성장률 91%를 기록했는데, 이는 아마존의 38%와 알리바바의 30%, 이베이의 19%를 크게 추월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로켓 와우 멤버십, 로켓 프레시, 쿠팡 이츠 등 신규 서비스 확장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쿠팡의 높은 고객 충성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쿠팡의 고객은 가입 연차에 비례해 구매 금액이 상승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 현재 쿠팡 활성 고객의 32%가 로켓 와우 회원이고 이들은 구매 빈도가 일반 회원 대비 4배 더 높은데 향후 쿠팡이 로켓 와우 회원에 대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더 다양한 서비스를 보완·제공할 것으로 알려져 고객 충성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매출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경쟁사 대비 주가가 고평가돼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높은 성장성은 분명하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한다"면서 "쿠팡의 밸류에이션 정당화 및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한국 온라인 시장 내 포털사이트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는 과점 수준의 점유율 확보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쿠팡의 매출액을 2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주가매출비율(PSR)은 3.6배 수준(공모가 기준)이다. 이는 미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3.3배), 이베이(3.2배) 등을 웃도는 수준이다. PSR가 높다는 건 그만큼 주식 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쿠팡은 직매입과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국내 1위 커머스 플랫폼"이라면서도 "커머스 플랫폼으로 적용 가능한 밸류에이션은 아마존이 풀필먼트와 프라임 서비스를 시작해 확장하기 시작했던 2006~2007년도 평균인 2.0배 수준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